영어 배경지식 E03인지심리3분 · 누구나 열람

이중처리와 휴리스틱(heuristic) — 빠른 직관과 느린 계산

휴리스틱은 어려운 물음을 답하기 쉬운 물음으로 바꿔치기해 답하는 어림짐작이다. 판단은 즉각 답을 내는 빠른 쪽과 힘이 드는 느린 쪽으로 갈리고, 감정이 큰 수를 다루지 못하는 자리에서 함정이 생긴다.

물에 빠진 아이 한 명의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같은 날 수십만 명이 굶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도 대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숫자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사람을 움직인 쪽은 한 명이다.

"왜 한 사람은 우리를 움직이고 수십만은 움직이지 못하나."

사진을 보고 지갑을 여는 쪽이 먼저 답한다

판단은 두 갈래로 일어난다(dual process). 한쪽은 자극이 들어오는 즉시 답을 내놓는다. 다른 쪽은 느리고 힘이 들어서 쓰려면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 두 갈래가 함께 도는 것을 이중처리라고 한다.

지갑을 연 쪽은 앞쪽이다. 어느 쪽 불행이 더 큰지 따져 본 사람은 없다. 이 사진이 얼마나 마음을 흔드는지가 그 자리에서 답으로 나온다.

빠른 쪽은 어려운 물음을 만나면 답하기 쉬운 물음으로 바꿔치기해 답한다. 이런 어림짐작을 휴리스틱(heuristic responses)이라고 한다.

대개는 잘 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판단이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이 절약은 기억과 인출 단서(retrieval cue) —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어디에 있나의 스키마가 기억의 빈틈을 저 알아서 메우는 방식과 같은 계열이다.

한 명 앞에서 열린 지갑이 수십만 앞에서 닫힌다

숫자가 커진다고 마음이 따라 커지지 않는다. 한 명이 두 명이 될 때 반응은 오히려 옅어지고, 수가 커질수록 곡선은 눕는다.

대규모 참사 앞에서 사람들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냉담해서가 아니라 감정이 셈을 못 해서다. 큰 수는 감정을 키우는 대신 마비시킨다.

사진에 찍혔다는 이유로 그 아이가 먼저 눈에 든다

몇 개 항목을 더하기만 하는 단순 공식(simple formula)이 오래 훈련한 전문가의 판단(expert judgement)보다 정확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눈에 띄는 세부에 끌리고 사안과 무관한 요인에 흔들린다. 면접 순서, 그날의 피로, 목소리 같은 것들이다.

사진 한 장에 끌린 것도 같은 일이다. 그 아이가 가장 급한 아이여서가 아니다. 그 아이만 사진에 찍혀 있었다. 공식은 같은 자료에 언제나 같은 답을 낸다.

돕느냐 모른 척하느냐로 길이 둘로 좁혀진다

남의 주장을 검사할 때도 방식은 다르지 않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문장을 만나면 선택지가 정말 다 나왔는지부터 따진다.

이 아이를 돕느냐 모른 척하느냐로 물음이 좁혀지면 남은 길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갈 수 있는 길이 더 있는데 둘로 몰아붙이는 것이 거짓 딜레마(fallacy of false choice)다.

그 밑에는 대개 말해지지 않은 전제(hidden assumption)가 깔려 있다. 따져 보지도 않고 참이라고 치고 넘어간 것을 전제라고 한다.

사진 한 장과 통계 한 줄이 같은 자 위에 올라온다

느린 쪽의 다른 이름은 수치화다. "위험하다"를 "열 번에 한 번"으로 바꾸면 비교가 가능해진다. 같은 돈으로 몇 사람이 어떤 확률로 살아나는지를 적어 놓는다. 그제야 둘을 견줄 수 있다.

불확실성(uncertainty) 아래에서 확률(probability)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은 최선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나쁜 것을 고르기 위해서다. 믿음을 참과 거짓 둘로 나누지 않고 정도로 다루는 방법은 베이즈 인식론 정리 — 믿음을 정도로 다루기에서 확률의 언어로 정리된다.

소방관의 확신과 지갑을 열 때의 확신이 같다

규칙이 안정적이고 결과가 곧바로 되돌아오는 영역에서는 직관이 정확하다. 불이 어느 쪽으로 번질지 아는 소방관이 그렇다.

문제는 규칙이 불안정한 영역에서도 확신의 크기만은 똑같다는 데 있다. 사진을 보고 지갑을 열 때의 확신도 그만큼 단단하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남보다 의심을 많이 하는 태도가 아니다. 지금의 답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 되짚어 보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