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 세 갈래(consequentialism·deontology) — 옳음을 정의하는 법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는 어떤 행동의 옳음이 그 행동이 낳는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결과와 무관하게 지켜야 할 것을 두는 의무론(deontology), 행위가 아니라 성품을 보는 덕윤리까지 윤리학의 세 갈래가 갈리는 자리가 여기다.
경기 종료 직전, 한 선수가 상대 공격수의 유니폼을 잡아 넘어뜨린다. 명백한 반칙이고 카드가 나온다.
그런데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진다. 저 반칙이 없었으면 골을 먹었다. 중계진은 그걸 영리한 플레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어떤 행동을 옳게 만드는가.
관중석의 박수와 심판의 카드가 엇갈린다
결과주의는 옳음이 그 행동이 낳는 결과에 달렸다고 본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면 옳다. 박수를 친 관중이 서 있는 자리가 여기다.
의무론은 결과를 따지기 전에 먼저 지고 있는 의무가 있다고 본다. 거짓말은 그것으로 누가 살아나도 여전히 거짓말이다. 반칙도 그것으로 경기를 이겨도 여전히 반칙이다.
덕윤리는 물음 자체를 바꾼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고, 행위가 아니라 성품(character traits)을 본다. 그 반칙 하나가 아니라 그런 순간마다 손이 나가는 선수인지를 본다.
같은 장면을 셋이 다른 곳에서 본다. 앞의 둘은 넘어뜨린 행동을 보고, 마지막 하나는 넘어뜨린 사람을 본다.
경기를 세운 규칙이 계산의 한 줄로 내려앉는다
이 갈래가 실제로 부딪히는 곳이 상황 윤리(situational ethics)다. 상황 윤리는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절대적 도덕 기준(absolute moral standard)을 두지 않는다. 답은 상황이 정한다.
규칙이 사람을 해치는 경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힘이 있다. 다만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하면, 못 할 짓이 거의 없어진다.
경기 막판의 반칙이 그렇다. 경기를 세우던 규칙이 승률을 재는 항목으로 주저앉는다. 규칙을 지키는 일이 곧 그 경기를 두는 일이 된다는 구성적 규칙의 논리는 구성적 규칙과 저작권(constitutive rule) — 규칙은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
같은 반칙을 두고 낱말이 갈린다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말은 평가만 담는다.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반면 사악하다, 비겁하다, 잔인하다 같은 말은 평가와 함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말한다. 앞을 얇은 도덕 개념, 뒤를 두꺼운 도덕 개념이라 부른다. 얇은 말은 판정만 얹고, 두꺼운 말은 장면까지 데려온다.
그 반칙을 나쁘다고 부르면 아무 장면도 안 떠오른다. 비겁하다고 부르면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채는 손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두꺼운 말이 사람의 성품을 온전히 짚어 내지는 못한다. 사악함이 취하는 형태가 여럿이어서다.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함축(connotation)이 더 실리고, 못마땅해한다는 뜻도 언어 관습(linguistic conventions)을 타고 함께 전해진다.
낱말의 뜻이 사전이 아니라 쓰임에서 정해진다는 이야기는 E26_언어문자_언어는 정확한 전달 도구가 아니다에서 따로 다룬다.
오래 응원했다는 말이 강등되는 날 시험대에 오른다
사랑이나 존중은 지금 이 순간의 느낌(occurrent feelings)이 내내 붙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이어지는 성향적 감정(dispositional sentiments)이라 겉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것을 보증하는 것이 뜻밖에도 부정적 감정(negative sentiments)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해 온 사람이 그 사람이 죽었는데 슬픔을 안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그 사랑을 의심한다.
그 팀을 오래 응원했다던 사람이 강등이 확정된 날 아무렇지 않다. 그러면 그 응원도 의심한다. 슬픔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의 진정성을 뒤늦게 증명하는 자리다.
박수와 카드가 끝내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다
물론 세 갈래는 현실의 판단에서 이렇게 깨끗하게 나뉘지 않는다. 결과를 전혀 안 보는 의무론자도, 성품을 전혀 안 따지는 결과주의자도 드물다.
그래서 윤리를 다룬 글은 어느 편이 옳으냐를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답을 택하면 무엇을 내주게 되는가를 묻는다. 결과를 택하면 규칙의 안정성을, 규칙을 택하면 예외 상황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