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감각·생리 기초(cell cycle) — 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감각특이적 포만(sensory-specific satiety)은 방금 먹은 음식의 감각 속성에만 물리는 현상이다. 배부름도 촉각도 짐작과 달리 움직이고, 세포 주기(cell cycle)와 분화까지 몸은 층위마다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다며 젓가락을 놓는다. 그런데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오자 숟가락을 든다. 방금까지 진심이었는데도 그렇다.
혀가 밥에 물리고 아이스크림 앞에서 되살아난다
배부름은 몸 전체에 하나로 내려오는 신호가 아니다.
방금 먹은 음식의 맛과 냄새와 질감, 곧 그 음식의 감각 속성만 따로 물린다. 그 음식이 주던 즐거움의 값, 곧 쾌락값(hedonics)이 떨어진다. 다른 감각 속성은 그대로다.
이를 감각특이적 포만이라고 한다. 배는 아까 그대로인데 아이스크림 들어갈 자리만 열린다.
배가 찬 것과 물린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하루치 열량을 이미 채우고도 후식 수레가 눈에 들면 식욕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반찬 가짓수가 많은 상에서, 뷔페에서, 사람은 더 먹는다. 다양성이 섭취량을 늘린다. 한 가지만 놓인 상에서 일찍 손을 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손끝은 문질러야 종이의 결을 안다
감각이 무엇을 재는지도 짐작과 다르다. 눈에서 가장 잘게 갈라 보는 자리는 망막 한가운데의 중심와다. 예민도(acuity)는 얼마나 가는 차이까지 갈라 볼 수 있느냐다.
손끝의 예민도도 그만큼 높다. 중심와와 손끝은 그 점에서 나란히 놓인다.
그런데 종이 위에 손가락을 가만히 올려 두면 매끈한지 거친지 알기 어렵다. 문질러야 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동안 촉각에 시간이 더해진 것이다.
촉각은 공간적인 만큼이나 시간적이다. 피부가 받는 건 문지르는 동안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패턴이다.
감각이 들어온 뒤 뇌가 그것을 나눠 맡는 방식은 또 다른 층의 이야기다(주의와 지각의 분업(attention) — 뇌는 하나가 아니다).
세포가 커지다 말고 둘로 나뉜다
세포에도 한살이가 있다. 갓 나뉜 세포는 물과 당과 아미노산을 빨아들여 세포 안을 채운 물질, 곧 원형질(protoplasm)로 바꾸며 자기를 낳은 모세포만 한 크기까지 자란다.
거기까지 자라면 물질대사가 방향을 튼다. 다시 나뉠 준비를 하거나, 한 가지 일을 맡는 세포로 여물어 간다. 태어나 자라고 다시 나뉘는 이 한 바퀴가 세포 주기다.
몸이 그 대사에 쓸 에너지를 어디서 얻어 어떻게 쓰는지는 소화와 대사량의 문제로 이어진다(K18_생명과학_몸은 에너지를 어떻게 얻고 쓰는가).
나뉘어 생긴 딸세포(daughter cell)는 같은 유전 정보를 갖는다. 그런데 어떤 것은 신경이 되고 어떤 것은 근육이 되어 서로 다른 일을 맡는다. 이 갈라짐을 분화한다(differentiate)고 말한다. 같은 설계도를 손에 들고 다른 일로 갈라선 셈이다.
합성이라는 글자에서 손이 멈칫한다
몸 밖에서 들어오는 걸 다루는 자리에도 뒤집히는 상식이 있다. 그 아이스크림에 든 딸기 향 옆에 합성이라고 적혀 있으면 왠지 손이 덜 간다.
합성 식품 성분이 천연 성분보다 위험하다는 인상이 있다. 안전성 평가만 놓고 보면 사정이 반대다. 합성 쪽은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조성이 명확해 독성을 따지기 쉽다.
천연 추출물은 산지와 수확 시기, 기후와 토질에 따라 성분이 흔들린다. 변이가 크니 무엇을 시험했는지부터 불분명하다. 평가가 쉽다는 말이지 더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들어온 걸 자기 것과 아닌 것으로 갈라 뒤쪽만 치는 또 다른 방어 체계는 K19_생명과학_면역과 이식의 면역이다.
층을 건너뛰면 설명이 어긋난다
세포 하나가 나뉘는 원리와 한 사람이 아이스크림에 손을 뻗는 일 사이에는 설명의 단계가 여러 겹 놓인다. 아래층 원리로 위층 현상을 곧바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여기면 대개 틀린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물음은 하나다. 무엇이 들어와서 어디를 거쳐 무엇으로 나가는가. 생리 이야기의 골격은 대체로 그 사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