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배경지식 K17경제3분 · 누구나 열람

환율과 오버슈팅 — 국제금융과 개방경제의 작동 원리

환율은 외국 돈 한 단위를 사는 데 드는 자국 돈의 양이다. 그래서 환율이 올랐다는 말은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고, 물가로 설명하는 구매력 평가설과 금리로 설명하는 자본 이동이 부딪치는 자리에서 오버슈팅과 기축 통화의 문제가 나온다.

한 사람이 공항 환전소 앞에서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어제 1,300이던 숫자가 오늘은 1,350이다.

숫자가 올랐으니 뭔가 나아진 것 같다. 그런데 같은 돈을 내밀고 받아 든 달러는 어제보다 적다.

전광판 숫자가 1,300에서 1,350으로 바뀐다

그 숫자는 달러 한 장을 사는 데 드는 우리 돈의 양이다. 50원이 붙었다는 말은 같은 1달러를 사려고 50원을 더 낸다는 뜻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말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은 한 사건의 두 이름이다. 오른 것은 달러의 값이고 떨어진 것은 원화의 값이다. 이 한 줄이 뒤집히면 개방경제 지문은 첫 문단부터 어긋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 물건에 붙는 외국 값이 싸진다. 수출에는 유리하다. 대신 외국 물건의 국내 값이 비싸져 수입에는 불리하다.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조정을 평가 절하, 높이는 조정을 평가 절상이라 한다. 우리 돈이 싸지는 쪽이 절하다. 전광판의 숫자가 올라가면 평가 절하다.

물가가 뒤에서 그 숫자를 끌고 간다

오래 두고 보면 같은 물건은 어느 나라에서 사든 같은 값이어야 한다. 한쪽이 싸면 사람들이 그쪽에서 사들인다. 그러면서 두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이 값 차이를 지우는 쪽으로 움직인다.

한 나라의 물가가 두 배가 되면 그 나라 돈의 구매력은 절반이 된다. 환율도 그만큼 따라간다. 구매력 평가설이다.

금리가 내리자 돈이 국경을 넘는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린다. 물가는 곧바로 따라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실질 통화량, 곧 물가를 감안한 돈의 양이 늘어난다. 돈이 흔해지니 금리가 내린다.

이자를 덜 주는 나라에 자본이 머물 이유가 없다. 자금이 빠져나가고 외화 수요가 늘어 환율이 오른다. 전광판의 숫자가 그날로 올라간다.

느린 물가와 빠른 자본 사이에서 숫자가 튄다

물가는 천천히 움직이는데 자본은 하루 만에 옮겨 간다. 그래서 통화량이 늘어난 직후의 환율은 구매력 평가설이 가리키는 장기 균형보다 더 크게 튀어 오른다.

시간이 지나 물가가 올라오면 실질 통화량이 줄고 금리가 돌아온다. 환율도 장기 균형 자리로 내려온다. 지나쳤다가 돌아오는 이 움직임을 오버슈팅이라 한다. 쏜 것이 과녁을 지나쳐 날아간다는 말이다.

전광판으로 보면 숫자가 앉을 자리보다 멀리 갔다가 시간을 두고 되돌아 내려오는 모양이다.

달러를 내보낼수록 그 달러가 흔들린다

이 모든 거래에는 모두가 받아 주는 돈이 하나 필요하다. 그 자리를 맡은 통화를 기축 통화라 한다. 어느 나라 공항의 전광판에나 달러가 걸려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1944년에 세워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미국은 정해진 값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 주기로 했고,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를 달러에 묶었다.

세계 교역이 커지려면 달러가 바깥으로 계속 흘러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수입을 더 하는 쪽, 곧 경상 수지 적자를 내야 한다.

그런데 적자가 쌓일수록 저 달러를 전부 금으로 바꿔 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자란다. 세계에 돈을 대 줄수록 그 돈의 신뢰가 깎이는 모순이다. 트리핀 딜레마라 한다. 많이 풀어도 탈이고 아껴도 탈인 자리다.

결국 미국은 1971년 금 태환을, 곧 달러를 금으로 바꿔 주는 일을 정지했다. 국제 규범이 강제력 없이도 지켜지는 구조는 국제법과 연성법 — 강제할 사람이 없는 규범과 은행 규제에 이어져 있다.

사슬대로 안 가는 날에도 방향은 남는다

물론 현실의 환율이 이 사슬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단기 환율은 기대와 심리에 크게 흔들린다. 며칠 앞의 방향까지 미리 맞히기는 어렵다.

구매력 평가설도 옮길 수 없는 서비스 앞에서는 어긋난다. 이발 값이 두 나라에서 아무리 달라도 싼 나라에서 이발을 사다 나를 수는 없다. 불확실한 값을 확률로 바꿔 셈하는 쪽은 정보 비대칭과 역선택 — 위험과 정보의 경제학, 보험과 시장 실패이 맡는다.

그래도 붙잡을 것은 둘이다. 전광판의 숫자가 오르내릴 때 어느 쪽 통화의 값이 오르는지, 그리고 자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