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배경지식 K16경제3분 · 누구나 열람

정보 비대칭과 역선택 — 위험과 정보의 경제학, 보험과 시장 실패

정보 비대칭은 거래하는 두 쪽이 쥔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른 상태다. 계약을 맺기 전 감춰진 성질에서 역선택이 나오고 계약을 맺은 뒤 감춰진 행동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오며, 기댓값과 대수의 법칙 위에 선 보험이 바로 그 자리에서 흔들린다.

한 사람이 계약서 맨 아래 칸에 이름을 적는다. 사는 집에 불이 나면 물어 주겠다는 화재 보험이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아무 일도 없으면 그가 낸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고가 나면 낸 것보다 훨씬 큰 돈을 받는다. 잃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큰 거래인데 그는 서명한다.

손해 보는 거래인 줄 알면서 이름을 적는다

일어날 수 있는 결과마다 그 크기에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한 값을 기댓값이라 한다.

그와 사정이 비슷한 집 백 곳 가운데 한 곳꼴로 천만 원짜리 사고가 난다고 하자. 한 사람이 진 손실의 기댓값은 십만 원이다.

기댓값이 같아도 사람들은 두 상황을 같게 여기지 않는다. 십만 원을 확실히 잃는 쪽과 백분의 일 확률로 천만 원을 잃는 쪽 가운데 대개는 앞을 고른다.

큰 손실이 주는 타격은 그 확률만큼만 아프지 않다. 이런 태도를 위험 회피라고 한다. 보험료는 그 확실한 쪽을 사는 값이다.

한 집의 운이 백 집에서는 셈이 된다

비슷한 위험을 가진 사람이 여럿 모이면 위험 공동체가 된다. 그 백 집이 곧 하나의 위험 공동체다.

그중 누구에게 사고가 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수가 많아질수록 실제 사고 비율은 확률에 가까워진다. 대수의 법칙이다.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나눈 값이 보험료율이다. 이 값이 사고 확률과 같으면 걷은 보험료 총액과 내줄 보험금 총액이 맞아떨어진다. 공정한 보험이라 부르는 상태다.

백 집에서 십만 원씩 걷어 불이 난 한 집에 천만 원을 내주면 남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없다는 뜻이다.

"내 확률을 나만 알고 있다면?"

배선을 새로 깐 집부터 빠져나간다

거래하는 두 쪽이 쥔 정보의 양이 다른 상태를 정보 비대칭이라 한다. 이름을 적은 사람은 자기 집 전기 배선이 낡았다는 걸 안다. 보험사는 모른다.

보험사는 개인의 위험을 가려내지 못해 평균 확률로 보험료를 매긴다. 그러면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비싸고 높은 사람에게는 싸다.

배선을 새로 깐 집에는 십만 원이 아깝고, 낡은 집에는 싸다. 그래서 낮은 쪽이 빠져나가고 높은 쪽만 남는다.

계약을 맺기 전에 벌어지는 이 쏠림이 역선택이다. 좋은 쪽이 먼저 빠지고 나쁜 쪽이 남으니, 골라 들이는 방향이 거꾸로 뒤집힌 셈이다.

감춰진 것이 성질에서 행동으로 옮겨 간다

계약을 맺은 뒤 가입자가 조심성을 덜면 사고 확률 자체가 올라간다. 도덕적 해이다. 도덕이 무너졌다기보다, 손실을 남이 져 주니 조심할 까닭이 줄어든다.

보험에 들고 나서 미루던 배선 공사를 아예 접어 버리는 쪽이 이쪽이다. 앞은 감춰진 성질의 문제이고, 뒤는 감춰진 행동의 문제다.

법은 계약을 맺기 전의 자리를 막는다. 가입자에게 자기 위험을 알릴 고지 의무를 지우고, 이를 어기면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한다. 배선이 낡았다는 사실은 적어 내야 한다.

이 고지 의무가 얹히는 계약과 채무의 뼈대는 법률 행위와 계약 정리 — 채권과 채무, 민법의 뼈대에 있다.

계산에 안 잡힌 비용이 옆집으로 흘러간다

공장이 하천에 폐수를 흘린다. 그 비용은 공장 장부에 적히지 않고 하류 사람들이 진다. 거래 당사자가 아닌 이에게 넘어가는 이런 손익을 외부효과라 한다.

낡은 배선을 그냥 둔 집에 불이 나면 그 집만 타지 않는다. 옆집이 지는 몫은 그 집의 계산에 없다.

누구의 것도 아닌 목초지에 저마다 소를 더 풀어 끝내 풀이 남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도 뿌리가 같다. 이 어긋남이 어디까지 번지는지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 각자 이득을 챙기면 왜 다 같이 손해 보는가에서 이어 받는다.

보험사가 되물으며 빈틈을 메운다

물론 실제 보험사가 무력하지는 않다. 병력이나 건물의 상태를 묻고, 손해의 일부를 가입자가 물게 해 감춰진 정보를 끌어낸다.

역선택은 시장이 끝내 무너지는 결말이라기보다 제도가 계속 손을 대는 지점에 가깝다.

경제 지문은 이 골격을 되풀이한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조건을 세우고, 그 조건이 깨지는 자리를 짚고, 제도가 어떻게 메우는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