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배경지식 K122분 · 누구나 열람

법률 행위와 계약 정리 — 채권과 채무, 민법의 뼈대

법률 행위는 사람이 바란 대로 법적 결과가 생기는 행위이고, 그 대표가 청약과 승낙이 맞물려 성립하는 계약이다. 계약이 성립하면 한쪽에는 채권이, 다른 쪽에는 채무가 생긴다. 이 권리와 의무가 어떻게 생기고 사라지고 어긋나는지가 민법의 뼈대다.

한 사람이 쓰던 자전거를 판다는 글을 올린다. 다른 사람이 사겠다고 답한다. 값과 날짜를 정하고 서로 알겠다고 한다. 오간 것은 말뿐이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한쪽은 자전거를 넘기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른 쪽은 넘기지 않으면 재산을 잃는다.

"주고받은 말이 어떻게 강제력이 되는가."

말 몇 마디가 법이 지키는 약속이 된다

무엇이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마음먹고, 그 뜻을 밖으로 드러낸다. 이것을 의사 표시라 한다. 팔겠다는 말이 하나, 사겠다는 말이 또 하나다.

그 뜻대로 법적 결과가 따라오는 행위가 법률 행위다. 원한 그대로 법이 따라와 준다는 점이 다른 사건과 다르다. 벼락에 나무가 쓰러져 이웃집을 덮쳐도 법적 결과는 생긴다. 다만 그걸 바란 사람은 없다.

법률 행위의 대표가 계약이다. 먼저 내미는 쪽의 의사 표시를 청약, 받아들이는 쪽의 의사 표시를 승낙이라 한다. 판다는 글이 청약이고 사겠다는 답이 승낙이다. 둘이 맞물리는 순간 계약이 선다.

한쪽에 권리가 생기면 반대쪽에 의무가 선다

계약이 서면 한쪽은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다른 쪽은 그것을 해 줘야 한다. 앞의 것이 채권이고 뒤의 것이 채무다.

둘은 따로 노는 두 사건이 아니다. 자전거를 넘기라는 요구와 자전거를 넘길 의무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양쪽에서 본 것이다.

해 달라고 요구하는 그 행위를 급부라 한다. 자전거를 건네는 것이 급부고 값을 치르는 것도 급부다. 무엇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것까지 급부에 들어간다.

자전거가 건네지는 순간 채권이 사라진다

채무자가 급부를 내용대로 해내면 그것이 변제다. 자전거가 손에서 손으로 넘어간다. 목적을 이룬 채권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여기까지가 순조로운 경우다.

자전거가 부서지면서 길이 갈라진다

약속한 날이 됐는데 자전거를 넘기지 않는다. 이때 산 쪽은 법원에 청구해 나라의 힘으로 자전거를 넘겨받는다. 채무자가 버텨도 채무 내용이 그대로 실행된다. 강제 집행이다.

아예 넘길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 자전거가 사고로 부서지면 그 급부는 이제 누구도 못 한다. 이행 불능이다. 부서진 게 판 사람 탓이라면 손해 배상과 계약 해제가 뒤따른다.

해제는 이미 선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되돌린다. 그래서 미리 받은 값이 있으면 돌려줘야 한다. 원상회복이다. 받아 낼 재산이 남아 있을지를 미리 잡아 두는 장치가 담보와 보증 정리 — 빌려준 돈이 돌아오게 하는 장치와 조문 읽기의 담보와 보증이다.

지금 본계약을 맺기 어려우면 나중에 맺기로 약속만 해 둘 수도 있다. 그 약속도 그 자체로 계약이고, 예약이라 부른다. 한쪽이 맺겠다는 뜻만 밝히면 상대의 승낙 없이 곧바로 본계약이 서는 형태가 있다. 이때 그 한쪽이 쥔 권리를 예약 완결권이라 한다.

약속한 적 없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따라붙는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 자전거를 넘어뜨려 부순다. 그도 물어 줘야 한다. 아무 약속도 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

그래서 책임은 두 갈래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지는 것이 채무 불이행 책임, 약속과 상관없이 남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입혀 지는 것이 불법행위 책임이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 이 구분이 늘 깨끗하지는 않다. 하나의 사실에서 두 책임이 함께 서서 피해자가 골라 물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따라가는 순서는 같다. 어떤 의사 표시가 있었고, 그래서 누구에게 어떤 권리가 생겼고, 그 권리가 지켜졌는가. 민법 지문은 이 세 칸을 채워 가는 글이다. 이 세 칸은 법조문 읽는 법 — 조건절과 결과절, 요건과 효과에서 조문을 요건과 효과로 갈라 읽는 순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