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배경지식 K09과학 철학3분 · 누구나 열람

모순 관계와 반대 관계 정리 — 명제·양상·가능세계

모순 관계는 두 명제가 함께 참일 수도 함께 거짓일 수도 없는 관계이고, 반대 관계는 함께 참일 수는 없지만 함께 거짓일 수는 있는 관계다. 여기에 제3의 값을 두지 않는 무모순율과 배중률, 필연과 가능을 다루는 양상 논리와 가능세계가 이어진다.

한 사람이 반박한다. "모든 학생이 지각했다는 건 틀렸어." 옆에서 듣던 사람이 받는다. "그러니까 아무도 지각하지 않았다는 거네."

반박한 사람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절반만 지각한 날에도 그의 말은 맞는다.

참인지 거짓인지 판정할 수 있는 문장을 명제라고 한다. 명제에 붙는 참 또는 거짓이라는 값을 진리치라고 한다.

"창문을 닫아라"나 "지금 몇 시인가"는 명제가 아니다. 참도 거짓도 될 수 없다. 반면 "모든 학생이 지각했다"는 그날 출석부를 펼치면 참거짓이 갈린다.

명제 둘을 나란히 놓으면 물음은 두 개로 줄어든다.

"둘이 함께 참일 수 있는가, 함께 거짓일 수 있는가."

한 명만 제시간에 와도 앞 문장이 무너진다

둘 다 참일 수 없고 둘 다 거짓일 수도 없으면 모순 관계다. 두 문장이 있을 수 있는 경우를 남김없이 나눠 가진다. 이쪽이 아니면 반드시 저쪽이라는 말이다.

"모든 학생이 지각했다"의 모순은 "어떤 학생은 지각하지 않았다"이다. 한 명만 제시간에 오면 뒤가 참이 된다. 그 순간 앞은 거짓이다.

반박한 사람이 하지 않은 말이 끼어든다

둘 다 참일 수는 없지만 둘 다 거짓일 수는 있으면 반대 관계다. 양쪽을 한꺼번에 물리쳐도 되는 날이 남는다는 말이다. "모든 학생이 지각했다"와 "어떤 학생도 지각하지 않았다"가 그렇다. 절반만 지각한 날에는 두 문장이 나란히 거짓이 된다.

앞의 대화가 어긋난 자리가 여기다. 반박한 사람이 세운 것은 모순 짝이다. 그런데 듣던 사람은 반대 짝을 꺼내 왔다. 그 사이에 절반만 지각한 날이 통째로 비어 있다.

둘을 한꺼번에 받아도 아무 탈이 없는 짝이 나온다

거꾸로인 짝도 있다. 둘 다 거짓일 수는 없지만 둘 다 참일 수는 있다. 한쪽을 물리치면 다른 쪽이 반드시 선다. 그러면서도 둘을 나란히 받아들여 탈이 없다. "어떤 학생은 지각했다"와 "어떤 학생은 지각하지 않았다"가 그렇다. 이것을 소반대 관계라고 한다.

한 명제와 그것의 부정이 동시에 참일 수 없다는 것이 무모순율이고, 그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참이라는 것이 배중률이다. 둘 다 맞다고 할 수도 없고 둘 다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모순 짝은 두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반대 짝은 둘 다 참일 수 없다는 데까지만 같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라는 데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반대 짝 사이에 둘 다 거짓인 자리가 남는다.

명제에 두 값만 주는 이 논리 위에서 믿음의 태도도 셋으로 갈린다. 한 명제를 두고 참·거짓·판단 유보 세 칸만 두는 이 틀을 치우고, 믿음을 0과 1 사이의 정도로 적는 길이 베이즈 인식론 정리 — 믿음을 정도로 다루기다.

눈이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지를 세계 하나로 놓는다

어떤 명제는 참인 데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참이다. 어떤 명제는 거짓이지만 참일 수도 있었다. 오늘 그가 지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눈이 오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말을 다루려고 논리학은 가능세계라는 장치를 들여왔다. 세상이 이러이러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로 놓고, 현실은 그 가운데 하나로 본다.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인 명제는 필연적으로 참이고, 적어도 한 곳에서 참이면 가능하며, 어디서도 참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필연성과 가능성을 이렇게 다루는 논리가 양상 논리다.

버스를 놓치지 않은 세계로 건너가 잰다

"그가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각하지 않았을 것이다"처럼 사실과 반대되는 가정을 다는 문장을 반사실 조건문이라고 한다. 그는 실제로 버스를 놓쳤다. 현실만 봐서는 참거짓을 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버스를 놓치지 않은 가능세계들을 견주어, 현실과 더 비슷한 쪽 세계들에서 뒷부분이 참인지 본다. 무엇을 더 비슷하다고 볼지에 따라 판정이 갈린다.

물론 가능세계가 어딘가에 실제로 있는 장소라는 뜻은 아니다. 대개는 있을 수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적는 도구로 쓴다. 그것이 실재하느냐를 두고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답이 갈린다.

사례 하나를 떠올리면 판정이 끝난다

명제 사이의 관계를 가릴 때 하는 일은 매번 같다. 둘이 함께 참인 경우를 떠올려 보고, 함께 거짓인 경우도 떠올려 본다. 그런 경우가 하나도 없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어긋나는 사례 하나가 보편 명제를 무너뜨린다는 반증주의와 총체주의 — 과학은 무엇으로 참이 되는가의 반증 논증도 이 모순 관계 위에서 굴러간다.